사람과 희망으로 만들어가는,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
"내 마음에도 보석이 있어요"… 편견의 벽 넘어 스스로를 그려낸 정신장애인들의 1년
정신장애인들이 지난 1년간 꼬박 매달려 만든 것은 단순한 그림책이 아니라 세상으로 던지는 출사표였다. 병원 차트에 적힌 차가운 기록 대신, 색연필을 꾹꾹 눌러 담은 ‘진짜 내 마음’이 종이 위에서 피어났다. 경기도 지역사회전환시설 바람숲에서 펴낸 그림책 <오늘의 마음을 그려요>에는 “나의 그릇은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는 당사자들의 당당한 선언이 담겨 있다. 누군가가 규정한 ‘환자’가 아닌, 스스로 그려낸 ‘나’를 만나는 과정이 궁금하다면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투박하지만 그 어떤 명작보다 빛나는 회복의 증거들이 여기 있다.
누군가가 정해준 ‘진단명’이 아닌, 내가 스스로 그린 ‘오늘의 마음’
경기도 지역사회전환시설 바람숲, 당사자들의 그림책 「오늘의 마음을 그려요」 출간
1년간의 창작 과정, 치유 넘어 주체적 삶의 기록으로 남다
정신장애인은 종종 사회가 씌운 편견의 틀 안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잃어버리곤 한다. 병원과 시설을 오가는 반복된 일상 속에서 ‘나’라는 존재는 ‘환자’라는 이름 뒤로 숨죽여야 했다. 그러나 여기, 누군가가 규정한 모습이 아닌 스스로의 내면을 색채로 피워낸 이들이 있다. 경기도 지역사회전환시설 바람숲(이하 바람숲)이 정신장애 당사자들의 회복과 자립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오늘의 마음을 그려요」를 출간했다.
경기도가 지원하고 사단법인 나눔과 실천이 운영하는 바람숲은 지난 1년 동안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그림책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함은미 강사의 지도 아래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여가 활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침묵을 강요받았던 내면의 목소리를 시각적 언어로 복원하는 치열한 인권의 과정이자 회복의 여정이었다. 참여자들은 1년이라는 긴 호흡 동안 ‘지금의 나’와 마주하고, 찰나의 감정들을 종이 위에 꾹꾹 눌러 담았다.
공개된 프로그램 진행 사진 속 당사자들의 손길은 분주하면서도 진지하다. 책상 위에는 색색의 색연필과 스케치북이 놓여 있고, 참여자들은 저마다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여념이 없다. 한 참여자는 파란 하늘과 초록 들판을 그리며 그 위에 ‘ㅋㅋㅋ’라는 웃음소리를 글자로 새겨 넣었다. 이는 고통 속에서도 결코 잃어버리지 않은 삶의 유머와 희망을 상징하는 듯하다.
완성된 그림책의 표지는 짙은 푸른색의 붓 터치가 인상적이다. 그 위로 당사자들이 직접 쓴 문장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책에 실린 글들은 그 어떤 문학 작품보다 투박하지만, 그 어떤 이론서보다 날카롭게 당사자의 진심을 관통한다.
한 참여자는 "제 마음에도 빛나는 보석이 있어요."라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사랑하고 감사하고 기쁘고 많은 보석들, 사랑, 감사, 기쁨,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요."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참여자는 자신의 내면을 그릇에 비유했다. 참여자는 "나의 그릇은 무엇이든 담을 수 있어요."라고 선언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 꽃, 장난감... 이렇게 채워진 나는 다른 이들에게 많이 나눌 수 있을지도 몰라요."라고 희망했다.
이들의 고백은 단순히 개인적인 감상의 차원을 넘어선다. 이는 정신장애인이 수동적인 ‘수혜자’가 아니라, 타인에게 무언가를 나누어 줄 수 있는 능동적인 ‘주체’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회복은 직선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불안하고 두려운 시간이 찾아온다. 책 속의 한 구절은 이러한 감정마저 솔직하게 껴안는다. 참여자는 "많이 불안하고 걱정되고 두려웠던 시간, 평화의 그림을 그리니 마음이 편해지고 차분해진다."라고 서술했다. 이어 그는 "보기만 해도 고요해지고 행복해졌다."라고 회복의 순간을 묘사했다.
바람숲 측은 이번 출간이 갖는 의미를 깊이 있게 짚어냈다. 바람숲 관계자는 "이번 그림책은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회복의 과정을 걸어온 기록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관계자는 "누군가가 정해준 모습이 아닌 스스로 그려낸 내 마음의 모습, 회복은 이렇게 시작되었다."라고 강조했다.
해외의 경우, '아웃사이더 아트(Outsider Art)'나 '아트 브뤼(Art Brut)'라는 이름으로 정신장애인의 예술 활동이 독자적인 예술 장르로 인정받으며 그들의 목소리가 사회로 퍼져나가는 사례가 많다. 이번 바람숲의 그림책 출간 역시 한국 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의 예술이 단순한 재활 수단을 넘어, 사회와 소통하고 편견을 깨뜨리는 강력한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바람숲은 "앞으로도 정신장애 당사자의 삶과 목소리가 존중받을 수 있는 활동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오늘의 마음을 그려요」는 우리 사회가 정신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진단’에서 ‘공감’으로, ‘관리’에서 ‘존중’으로 전환해야 함을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웅변하고 있다. 한편, 바람숲은 정신장애 당사자의 안정적인 사회복귀와 탈원화를 돕기 위한 입소 상담 서비스(031-989-5556)를 상시 운영하고 있다.
출저 : 마인드 포스트 김근영 기자
http://www.mindpost.or.kr/bbs/board.php?bo_table=news&wr_id=9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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