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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와 격리를 넘어, 평등한 대화가 정신장애인의 진정한 회복을 이끌어내다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 (gmmh) 조회수:46 1.223.106.125
2026-05-11 13:09:28

기획연재 통제와 격리를 넘어, 평등한 대화가 정신장애인의 진정한 회복을 이끌어내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정신건강 실무자가 한자리에 모여 13주간 위계 없는 평등한 대화를 나눈다면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세계보건기구(WHO)의 퀄리티라이츠(QualityRights) 인권 가이드라인과 오픈 다이얼로그 원칙을 결합한 한국형 회복 프로그램의 뜻깊은 성과가 최근 국제 학술지를 통해 공개됐다. 통제와 증상 완화에만 머물던 기존의 낡은 치료 패러다임을 넘어, 당사자가 스스로 '긍정적 위험'을 감수하고 억눌렸던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는 과정은 진정한 회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약물을 끊는 완치가 아니라 병을 안고도 '나답게 살아가는 것'을 회복으로 재정의한 이들의 생생한 증언은, 한국 정신건강 시스템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의 삶은 오랫동안 통제와 관리의 대상이었다. 증상을 없애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였던 전통적인 정신의학의 틀 안에서, 당사자의 목소리는 종종 가족의 보호 본능이나 전문가의 의학적 판단에 밀려 지워지곤 했다. 하지만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인권 기반 가이드라인인 퀄리티라이츠(QualityRights)를 한국의 임상 현장에 맞게 적용한 13주간의 회복 프로그램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사이키아트리(Frontiers in Psychiatry)'에 발표되며 새로운 희망의 이정표를 제시했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 등이 참여한 이 질적 연구는 정신장애인 당사자, 가족, 정신건강 실무자가 한자리에 모여 평등하게 대화하는 '오픈 다이얼로그(Open Dialogue)' 원칙을 결합했을 때 일어나는 놀라운 인식의 변화와 회복의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수원 지역의 정신건강 시설 두 곳에서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는 총 56명이 참여했으며, 연구진은 이 중 당사자 8명, 가족 5명, 실무자 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기존의 교육이 단발성으로 끝나거나 당사자를 배제한 채 진행되었던 것과 달리, 이 프로그램은 세 주체가 소그룹으로 모여 13주 동안 지속적으로 각자의 취약성과 고민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들은 억눌렸던 자기결정권을 회복하고 스스로를 치유의 주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당사자 C씨는 "정신의학적 연구들을 바탕으로 토론할 수 있어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 깊이 이야기할 수 있었고, 전반적으로 편안하게 느껴진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당사자 D씨는 "계속해서 성찰하게 만들고, 내 생각을 발표하고 공유하도록 격려받는 점이 정말 좋았다"고 전했다.

 

고립된 채 돌봄의 무게를 견뎌야 했던 가족들과, 치료적 성과에 쫓기던 실무자들에게도 이 평등한 대화의 장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가족 B씨는 "내 생각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고, 같은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훨씬 편안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실무자 B씨는 "당사자, 실무자, 가족이 이렇게 다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가 없었기에 기회 자체가 의미 있었고, 상담만으로는 알 수 없는 각자의 깊은 생각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서로의 고충을 투명하게 마주한 참여자들은 점차 서로를 통제나 원망의 대상이 아닌, 회복의 여정을 함께 걷는 동반자로 인식하게 됐다.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는 '위험'과 '증상'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타났다. 프로그램은 당사자가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하고 그에 따른 실패의 가능성까지도 수용하는 '긍정적 위험(positive risk)'의 개념을 강조했다. 당사자 B씨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두려움을 감수해야 한다는 '긍정적 위험' 개념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당사자의 용기는 가족의 과보호를 내려놓게 만들었다. 가족 A씨는 "아들이 언어의 날 행사에 간다고 했을 때 처음엔 두려웠지만, 안전하게만 있는 것보다 때로는 위험에 노출되더라도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실무자들 역시 환청이나 망상 같은 증상을 무조건 교정하려던 태도에서 벗어났다. 실무자 B씨는 "환청에 대해 의심하거나 약물 복용을 강요하기보다, 그저 듣고 공감하며 생각을 정리하도록 돕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이 이끌어낸 가장 거대한 변화는 '회복'의 의미를 완전히 재정의한 것이다. 회복은 더 이상 약물을 끊고 증상이 완전히 사라진 '완치'의 상태가 아니라, 병이 있더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일상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사자 F씨는 "내게 회복이란 그저 내면의 안정감이며, 환청이 들리거나 병이 있더라도 그저 나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가족 E씨는 "예전에는 회복이 약을 끊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회복은 산 정상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지원이 필요한 하나의 과정임을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실무자 E씨는 "항상 내가 그들의 길을 선택해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그저 듣고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을 이해하는 데 마음이 열렸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대한민국 정신건강 시스템이 전문가 중심의 하향식 통제에서 벗어나, 당사자의 인권과 목소리가 중심이 되는 동반자적 관계로 나아가야 함을 강력히 시사한다. 한편, 이 프로그램은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의 퀄리티라이츠 교육훈련으로 시행되는 오픈 다이얼로그 워크숍의 다음 단계 기본교육으로서, 'WHO 퀄리티라이츠 리커버리 프로그램'이라는 타이틀로 5월 하순에 개최될 예정이라고 연구 관계자가 전했다. 진정한 치유는 증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고유한 존재 가치를 되찾아주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출저 마인드 포스트 : http://www.mindpost.or.kr/bbs/board.php?bo_table=news&wr_id=9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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