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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것은 우리의 뇌가 아니라, 고립을 강요하고 다양성을 통제하는 현대 사회의 편협한 '정상성'이다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 (gmmh) 조회수:99 182.215.142.39
2026-04-27 14:55:23

기획연재 마인드 포스트 김근영 기자 

병든 것은 우리의 뇌가 아니라, 고립을 강요하고 다양성을 통제하는 현대 사회의 편협한 '정상성'이다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상담실을 찾지만 근본적인 고통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현대 정신의학은 개인이 스스로 감정을 통제하고 거대 사회의 부속품으로 묵묵히 기능하는 것을 '정상'이라 규정하며, 이 비좁은 기준에 맞지 않는 이들에게 가차 없이 질병의 꼬리표를 붙인다. 인류는 본래 공동체의 밀접한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조절하도록 진화했으나, 현대 제도는 우리에게 철저히 고립된 채 스스로를 통제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가 겪는 정신적 고통이 개인의 뇌나 마음의 결함이 아니라, 애초에 인간이 견딜 수 없게 설계된 현대 사회의 억압적인 '자아상' 때문이라면 어떨까. 치료가 개인을 개조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잃어버린 진정한 관계적 연결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를 외신 분석을 통해 심층적으로 짚어본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정신과 진료실이나 심리상담소를 찾는다. 군중  있어도 외롭고, 자신의 삶이 올바른 궤도에 있는지 끊임없이 불안해하며, 감정과 생산성을 스스로 통제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치료는 대개 신경계를 진정시키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재구성하는 등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된다. 이러한 방식이 일시적인 위안을 줄 수는 있지만,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근본적인 긴장감은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이 억압적인 고통의 기원은 과연 개인의 결함에 있는 것일까.

 

미국의 정신건강 전문가이자 시스템 변화 운동가인 맷 코스탄조는 최근 기고문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정상적인 자아'의 개념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맷 코스탄조는 "치료가 최적의 정신건강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애초에 맡도록 설계되지 않은 역할에서 최적의 기능을 하도록 돕는 것이라면 어떨까"라고 반문했다. 우리가 겪는 정신적 고통의 상당 부분이 개인의 내부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과 실제 인간이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조건 사이의 깊은 충돌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현대 문화는 건강한 성인을 스스로 내부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그는 "현대인은 주로 개인적으로 감정을 조절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며, 생산성을 유지하고, 거대한 제도 속에서 독립적으로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정신적 고통은 생각, 충동, 기분을 통제하지 못하는 내부 관리의 실패로 간주된다. 하지만 인류의 긴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은 결코 고립된 채 스스로를 통제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과거 소규모 공동체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깊이 아는 관계망 속에서 살아갔다. 코스탄조는 "과거에 감정 조절은 고립된 개인 내부에서 사적으로 일어나지 않았으며,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강조했다. 누군가 압도적인 감정을 느낄 때 공동체가 그 정서적 부담을 나누어 가졌고, 정서적 안정은 개인의 몫이 아니라 집단 전체에 분산되어 있었다. 인간의 신경계는 바로 이러한 관계적 조건 속에서 진화했다.

 

그러나 농업의 발달과 거대 제도의 등장이라는 문명적 전환은 인간의 심리적 환경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거대한 사회 시스템이 예측 가능하게 굴러가기 위해서는 내부 상태와 무관하게 규칙을 따르고 생산성을 유지하는 자율적인 개인이 필요해졌다. 문명에 효과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특성들이 점차 '심리적 건강'으로 재정의된 것이다. 현대 정신의학과 심리학 역시 이러한 문명적 틀 안에서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가 용인하는 '정상'의 범위는 극도로 좁아졌다. 그는 "현대 사회는 정상적인 기능을 비교적 좁은 표현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정의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역사적으로 비범한 감수성이나 변형된 의식 상태를 가진 이들은 치유자나 영적 매개자로서 공동체 내에서 고유한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코스탄조는 "현대 사회에서는 과거에 유용했던 동일한 특성들이 종종 진단적 렌즈를 통해 해석된다"고 비판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겪는 수많은 특성들이 단지 현대 자본주의 제도의 요구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질병으로 규정되고 배제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코스탄조는 "현대 문화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눈에 띄게 좁아졌기 때문에 인간의 다양한 신경 표현형이 오늘날 일탈적이거나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치료실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진정한 의미의 건강을 되찾기보다, 사회가 요구하는 독립적이고 합리적인 행위자가 되기 위해 도움을 청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은 건강한 인간이 되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유능한 현대인이 되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임상가와 내담자 모두 길을 잃고 만다. 코스탄조는 "임상가들은 내담자와 상담자 모두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대적 자아'로 기능함으로써 발생하는 고통을 완화해야 하는 불가능한 과제를 부여받았다"고 진단했다. 인간의 신경계가 관계적 조절을 기대하도록 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립된 상태에서 정서적 평형을 유지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끊임없는 압박을 가하는 폭력과 다름없다.

 

결국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진정한 회복을 위해서는 개인이 사회의 좁은 틀에 억지로 맞추도록 강요하는 치료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는 "인간의 조절이 근본적으로 관계적인 것이라면, 웰빙은 통찰, 학습, 성장 또는 개인의 대처 전략만으로 환원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미 있는 연결, 공유된 정체성, 상호 지원을 경험할 수 있는 공동체적 조건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코스탄조는 "자연 선택이 시스템과 그 작동 방식을 구축했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보는 것을 관찰하고 수용하는 것뿐이다"고 결론지었다. 우리의 고통은 뇌의 고장이 아니라, 단절된 사회가 만들어낸 구조적 불일치의 결과물이다. 이제 우리는 '개인의 치료'를 넘어 '관계의 복원'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출저(마인드 포스트) 
http://www.mindpost.or.kr/bbs/board.php?bo_table=news&wr_id=9528&page=2&me_id=&me_code=&type=w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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