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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시선이 바뀌면 사회의 편견도 바뀐다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 (gmmh) 조회수:290 182.215.142.39
2025-10-20 17:13:35

세계 정신건강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정신건강 보도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자리가 열렸다. '미디어의 이야기, 세상을 바꾸다'를 주제로 한 2025년 정신건강 미디어 심포지엄에는 언론인과 당사자, 전문가 30여 명이 모여 정신질환에 대한 언론의 보도 관행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기자협회와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1월 '정신건강보도 권고기준'을 제정한 이후 공동 주최한 첫 번째 행사였다. 권고기준 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신질환을 범죄와 직결시키는 보도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백종우 경희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첫 번째 발제에서 범죄의 복합적 요인을 무시하고 정신질환에서만 원인을 찾는 언론 보도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범죄의 원인을 정신질환으로 단순화하면 환자 전체가 잠재적 범죄자로 여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2월 대전 초등학생 살인사건에서 가해 교사의 우울증 병력이 범죄 원인처럼 보도되면서 우울증 환자들이 사회적 낙인에 시달렸다. 지형철 KBS 기자는 "당시 기자들은 치열한 속보 경쟁 속에서 다른 언론사가 다루는 내용을 자신만 다루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압박을 느꼈다"며 "많은 기자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울증을 범죄의 원인으로 성급하게 지목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며칠 후 전문가들이 우울증 병력만으로 범행 동기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으면서 언론 보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MBC는 "'우울증'이 살해 원인?…우울증과 무관한 계획범죄일 수도"라는 헤드라인을, KBS는 "'우울증은 살해 원인 아냐…타인 공격 사례 드물어'"라는 제목을, SBS는 "'우울증이 범죄 원인? 논리 비약…살해 교사로 낙인 안 돼'"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지형철 기자는 "기자들 사이에서 권고기준을 친숙하게 느끼고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을 때 그 의미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며 모든 언론사의 내부 가이드라인에 정신건강 보도 기준을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김근영 마인드포스트 편집부장은 '당사자 및 가족이 바라보는 미디어'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사건 보도 시 진단명 언급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진단명을 빼도 사건 이해에 문제가 없는지, 수사나 법원에서 공식 확인된 정보인지, 예방 정보로서 실질 기능을 하는지, 단일 원인 인상을 줄 위험은 없는지,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 등의 표현으로 충분한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편집부장은 "'묻지마 범죄'와 '조현병 환자'라는 진단명이 기사 제목에 함께 등장하면 환자와 가족은 사람들이 범죄자와 똑같이 취급할까 봐 두려워 외출조차 꺼리게 된다"며 "언론의 상업주의와 클릭 유도를 위해 정신질환자의 존엄성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편집부장은 속보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기자협회 차원에서 미디어 간 공동선언의 형식으로 속보 1시간 '진단명 보류' 가이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사건 발생 초기 1시간 동안은 진단명 언급을 자제하고 충분한 확인 과정을 거친 후 보도하자는 취지였다. 김 편집부장은 "언론사 간 연대를 통해 성급한 진단명 보도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이러한 꿈을 향해 나아갈 때 미디어는 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익명 자문 패널' 운영을 제안했다. 김 편집부장은 "당사자와 가족으로 구성된 자문풀을 운영하여 사건사고 및 정신건강 관련 긴급 질의 시 짧은 멘트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자"며 "이를 통해 기자들이 현장에서 당사자 관점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부 패널토론에서는 당사자와 언론인들이 각자의 경험을 공유했다. 이하늬 작가는 2018년 조현병 당사자를 인터뷰한 경험이 자신의 관점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런 이야기도 기사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나도 내 이야기를 해보자는 용기가 생겼다"며 이후 자신의 우울증 경험과 조현병을 앓는 삼촌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했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아프면 아픈대로의 삶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며 "병을 앓고 있어도 그 나름의 삶이 있고 늘 슬프지만은 않다. 사실 저희는 재미있는 게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우울증 기사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이미지들을 지적하며 "이런 편견과 압박이 당사자가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지 못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정재원 SBS PD는 정신질환 관련 프로그램 제작 경험을 공유하며 "진단명을 아예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허술해지는 걸 막으려면 제작자가 성실히 취재해 그 공백을 메우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상은 정보가 빠르게 흘러가고 시청자에게 강하게 각인되는 일부 장면이 전체 인상을 결정하기 때문에 낙인을 강화하지 않도록 조심한다"고 설명했다.

 

윤준호 세계일보 기자는 기획보도 '망상, 가족을 삼키다' 취재 과정을 소개하며 "독자들이 왜 이런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도록 기사 구성에 신경 썼다"고 말했다. 그는 "중증 정신질환 치료와 회복의 책임을 당사자와 가족에게만 떠넘기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며 8개월간 84명을 인터뷰한 취재 과정을 설명했다.

 

이상원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폐회사에서 "언론과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진 오늘날 정신건강을 다루는 보도와 미디어 콘텐츠가 더욱 세심하고 균형 있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며 "이번 심포지엄이 우리 사회가 정신건강을 더 깊이 이해하고 편견 없는 인식을 확산하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자리가 되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근영 편집부장은 "오랫동안 당사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들으며 편견의 중심에 미디어가 있지만, 그 편견을 바꿀 열쇠 또한 미디어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여전히 많은 언론이 정신질환을 범죄 요인으로 바라보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언론 현장에서 자극적인 묘사 대신 맥락을 제공하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기록하려는 유의미한 변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출처: e마인드포스트 http://www.mindpo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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