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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으로 가난을 이길 순 없다... 서울 청년들을 우울한 달리기로 내모는 좁은 방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 (gmmh) 조회수:416 182.215.142.39
2026-01-19 10:34:18

"가난해서 뛴다"… 서울 청년들의 슬픈 역설, 운동이 우울을 구원하지 못할 때

 

운동은 우울증의 만병통치약인가. 우리는 흔히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나가서 좀 걸어라", "햇볕을 쬐며 운동해라"라고 조언하곤 한다.

신체 활동이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상식처럼 통용되는 명제다.

그러나 최근 서울에 거주하는 1인 가구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는 이러한 통념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좁은 방과 높은 월세에 시달리는 '주거 빈곤' 청년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몸을 움직이고 있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들의 우울은 더욱 깊었다.

이는 주거권이라는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정신적 고통을 해결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최근 '예방 의학 리포트(Preventive Medicine Reports)'에 게재된 경희대학교 이지현 연구팀의 논문은 서울의 1인 가구 청년들에게서 나타나는 주거 빈곤과 신체 활동, 그리고 우울증 사이의 복잡한 상관관계를 조명했다.

리처드 시어스 기자가 분석한 이 연구는 주거 빈곤이 단순히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을 넘어, 청년들을 밖으로 내몰고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구조적 폭력임을 드러낸다.

연구팀은 서울에 거주하는 19세에서 39세 사이의 1인 가구 청년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 중 절반은 주거비가 소득의 30%를 초과하거나 1인당 주거 면적이 14제곱미터(약 4.2평) 미만인 '주거 빈곤' 상태에 놓여 있었다.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주거 빈곤을 겪는 청년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신체 활동 수준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우울증 위험은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저자들은 "연구 결과는 주거비 부담과 공간적 박탈이 신체 활동 증가와 강력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특히 남성에게서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좁은 방은 휴식처가 되지 못했다. 쉴 곳이 없는 청년들은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저자들은 "제한된 생활 공간과 재정적 압박이 대처 반응으로서, 혹은 휴식과 여가를 위한 공간 부족으로 인해 더 많은 야외 활동을 장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이들의 운동은 건강을 위한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 숨 막히는 공간에서 벗어나기 위한 생존 본능에 가까웠던 셈이다.

 

그러나 몸을 움직인다고 해서 마음의 병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었다.

저자들은 "증가된 신체 활동에도 불구하고 주거 빈곤을 겪는 개인들은 상당히 높은 우울 증상을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나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사회가 강요해 온 '노력' 담론이 얼마나 허상에 가까운지를 보여준다.

안정적인 주거 환경이라는 토대 없이 개인에게 운동과 같은 행동 활성화만을 강요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

리처드 시어스 기자는 "운동이 우울증 치료에 유용하다는 이전 연구 결과에 뉘앙스를 더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성별에 따른 차이다. 주거 빈곤이 남성 청년들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치명적이었다. 연구진은 "주거 불안정 남성의 57%가 높은 신체 활동 수준을 보인 반면, 주거 안정 남성은 40%에 그쳤다"고 밝혔다.

활동량은 많았지만 마음은 무너져 있었다.

연구진은 "주거 불안정 남성의 40%가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을 겪고 있었으며, 이는 주거 안정 남성의 18%와 비교된다"고 보고했다.

 

가장 심각한 위험군은 높은 월세와 좁은 공간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집단이었다.

연구진은 "주거비 부담과 공간적 박탈을 동시에 겪는 남성은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을 보고할 확률이 5.11배 더 높았다"고 분석했다.

여성의 경우 그 위험도가 1.76배였던 것과 비교하면 남성 청년들이 열악한 주거 환경과 경제적 압박에 더욱 취약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동네 환경에 대한 불만족 역시 남성들의 우울증 위험을 6.45배나 폭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어스 기자는 이번 연구가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생물학적 결함이 아닌 사회적 자원 부족에서 찾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보았다.

시어스 기자는 "주거와 같은 자원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접근권이 있는 사람들에게 운동이 우울증 치료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정된 집이 있는 사람에게 산책은 휴식이지만, 집이 없는 사람에게 거리를 걷는 행위는 배회일 뿐이다.

그는 "다시 말해, 가난으로 인한 우울증에서 운동만으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그동안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약물 치료나 인지행동치료,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을 권해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주거권 보장 없이는 어떠한 치료적 개입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음을 명확히 한다.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로 대변되는 한국 사회의 청년 주거 빈곤 문제는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청년들의 정신을 갉아먹는 공중보건의 위기다. 집은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마음이 쉴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기지여야 한다.

그 기지가 무너진 상황에서 청년들이 아무리 밖을 달린들, 그들의 우울은 결코 가벼워지지 않을 것이다.

 

출처: e마인드포스트 http://www.mindpo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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