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희망으로 만들어가는,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
아픔이 산업이 된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장’인가 ‘삶’인가
전 세계적으로 청년 세대의 정신건강 지표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이 위기를 발 빠르게 ‘멘탈 케어 시장’이라는 새로운 산업의 기회로 포착했다. 우울과 불안이 상품이 되고, 치료가 소비가 되는 시대다. 우리는 여기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정신장애인과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거대해진 ‘케어 시장’인지, 아니면 아픔을 낳는 구조적 모순의 해결과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권리인지 말이다.
최근 갤럽과 웨스트헬스가 발표한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미국인의 정신건강 자가 평가 지표가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구진은 “자신의 정신건강을 ‘훌륭하다’고 평가한 미국 성인의 비율이 사상 처음 30% 아래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팬데믹 이전 43%에 달했던 긍정 평가는 불과 6년 만에 29%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이 하락세는 MZ세대에서 두드러졌다. 조사 결과는 “지난 6년간 MZ세대 성인 중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가 ‘아주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약 15%포인트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성세대인 베이비부머나 사일런트 세대의 감소폭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주목할 점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남과 동시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장’의 규모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성인의 24%가 지난 1년간 정신건강 전문가를 찾았으며, Z세대의 경우 그 비율이 36%에 달했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두 배 이상 자주 상담실 문을 두드리고 있다. 퓨 리서치 센터는 “10대 청소년의 64%가 정신건강 지원을 위해 AI 챗봇을 사용하고 있다”고 조사했다. 사람이 아닌 디지털 도구에 위로를 구하는 고립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캐나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캐나다 보험사 선라이프가 발표한 보고서는 청년 세대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비용으로 환산되는지를 보여준다. 보고서는 “캐나다 Z세대 장기 장애 보험 청구 건 중 절반 이상이 정신질환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Z세대 남성의 심리 상담 청구 건수는 2021년부터 2024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항우울제 사용률 역시 급증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단순히 개인의 나약함이나 생물학적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선라이프는 “Z세대의 정신건강 결과는 그들이 자라온 환경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선라이프 관계자는 “높은 임대료와 생활비, 학자금 대출, 불안정한 고용 구조, 기후 변화에 대한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청년들을 아프게 하는 것은 뇌의 호르몬 불균형 이전에, 생존을 위협하는 사회적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자의 절반은 기후 불안과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우울증을 호소했다.
대한민국 역시 이 거대한 흐름 속에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치료 인원은 35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 4년간 76.6%나 폭증한 수치다. 아이들이 병들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사회는 이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 대책보다, 이 고통을 관리하는 ‘시장’을 키우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이는 듯하다. 프리시던스 리서치는 “전 세계 정신건강 검진 규모는 지난해 25억 8000만 달러에서 2035년 약 57억 6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또한 “정신건강 문제가 전 세계 시장 성장을 지속적으로 견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연평균 10.5%의 성장률로 가장 빠르게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관점에서 이 통계들은 서늘하게 다가온다. 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고통이 돈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담 횟수가 늘고 항우울제 처방이 급증하며 AI 챗봇이 보급되는 동안, 정작 당사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 안정적인 주거, 차별 없는 고용 환경은 얼마나 개선되었는가. 선라이프는 “Z세대는 정신건강에 대해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이로 인해 심리 서비스와 약물 이용률이 증가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방적인 환경이 곧 ‘살기 좋은 환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서비스 이용의 증가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의존할 곳 없는 척박한 현실을 방증한다.
우리는 ‘멘탈 케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거대 산업의 소비자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8조 원 규모로 성장할 시장 전망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 한 명의 정신장애인이라도 지역사회에서 배제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약물과 상담, AI가 주는 위로가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불안정한 고용과 기후 위기, 치솟는 생활비라는 구조적 폭력을 덮는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케어’는 개인의 멘탈을 관리해 다시 경쟁 사회로 돌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아픈 상태로도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빨간불’이 켜진 것은 청년들의 정신건강이 아니라, 고통마저 상품화하는 이 사회의 비정한 시스템이다.
출처: e마인드포스트 http://www.mindpo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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